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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트로프_ Zoetrope

D 인터넷방송국 사옥  (근린생활시설 신축)

 

2021

위치: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지역/지구: 1종전용주거지역

대지면적: 423.1㎡

규모: 지상2층, 지하2층

용도: 근린생활시설

건폐율: 49.84%

용적률: 98.94%

연면적: 867.56㎡

​시공: ㈜라우종합건설

​​사진: 송유섭

인류의 역사는 ‘일하는 공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수렵, 채집의 거친 생존환경에서부터 산업혁명 이후 근대화를 거치며 효율성만 강조되던 현상에 오랜 성장통을 겪기도 했다. 그로부터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에 민감하게 대응해야만 하는 시대에 직면하고서는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성장을 위한 사회의 요구가 강조되기에 이르렀고, 그 장소에 시대정신을 반영하려는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IT산업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의 경우 직원의 창의적 생산에 초점을 맞춰 변화하고 있다. 단지 일하는 공간,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담는 것만이 사옥의 역할이 아닌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이곳은 유튜브 컨텐츠를 기획, 생산하는 창의적인 업무와 다양한 전문가들 간 협업이 주를 이루는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일하는 곳이다. 컨텐츠 제작의 특성상 낮과 밤 구분 없이 긴 시간을 사옥 안에서 보내게 되는데, ‘일하는 공간’으로 이 건축물이 어떤 경험을 줄 수 있을지 깊은 고민이 필요했다. 우리는 매시간 머리를 싸매고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직원들의 창의성을 독려하기 위해 공감각적 경험을 통한 자극과 업무와 업무 사이 개인의 피로를 낮출 여유가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고민하였다.

도심의 공간은 건폐율, 용적률, 일조 제한, 높이 등 규제 안에서 최적의 크기와 높은 밀도를 요구한다. 특히 오피스 공간은 가구 배치의 효율성을 위해 네모반듯한 공간, 분리된 수직동선으로 획일화된 구조를 갖출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최우선해야 할 과제는 ‘효율’이 아닌, 공간을 통한 다채로운 경험을 바탕으로 ‘창의적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조이트로프 Zoetrope 는 여러 장의 그림을 회전시켜 움직이는 환영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초기 애니메이션 기구로, 겉에서 보았을 때는 알 수 없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계속해서 바뀌는 그림들이 연속으로 움직이는 장면 scene 을 만든다. 주거지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이 건축물 역시 겉으로 보았을 때 무심한 벽으로 인지되지만, 건축물 안에서 내, 외부가 중첩된 장면과 계단을 오르내리며 이어지는 유연한 시선으로서 크리에이터들이 이 곳을 탐험하며 자신만의 경험으로 공감각적 기억이 축적될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는 세 가지 요소를 이용하여 공간을 구축하였다. 안과 밖의 경계에서 새로운 경험을 주는 벽 wall , 빛의 중첩으로 새로운 장면을 만드는 선큰 sunken , 일상의 환기가 되어주는 계단 Stairway 이다.

 

1. 안과 밖의 경계에서 감상의 대상이 된 벽 wall

1종 전용주거지역에 위치한 이곳 역시 강남역과 신논현역을 잇는 상업지 이면으로 오랜 기간 동안 조용한 주택가였지만 개발이 포화된 상업의 흐름이 점점 깊숙히 잠식했다. 우리는 주변 주거지와의 자연스러운 조우로서 서로의 경계를 지키기 위해 ‘벽’이라는 건축 장치를 이용하였다.

이 건축물의 견고한 ‘벽’은 내가 서있는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편집된 풍경을 보여주기도 하고, 일조의 시간대에 따라 다채로운 그림자를 연출하여 생경하게 느껴지는 스크린이 되기도 한다. 오랜 업무동안 마주해야 하는 지루한 ‘벽’이 아니라 차를 마시러 갈 때, 기지개를 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날 때 등 일상의 틈에 시선을 멈추고 감상하는 ‘벽’이 되길 바랐다.

인접 건축물의 마당과 벽, 창의 위치를 고려하여 철저히 계산된 비례와 개폐 범위로 구성된 이 구조물은 여전히 옛 주거건축물의 주된 재료로 남아있는 기와의 오목한 곡선의 느낌을 차용, 형태에 따른 이질감을 텍스처를 통해 줄이려 했다. 이렇듯 주거지에 녹아든 파사드는 완전한 가림막이 아닌 틈 사이로 보이는 일상을 필터링 하는 역할로서 조화를 이루고자 했다.

 

2. 빛의 중첩이 시나리오가 되는 선큰 sunken

이곳을 하늘에서 바라보면 사람의 시각에서는 보지 못했던 깊이가 다른 보이드 3개가 숨겨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3m 이상 고저차를 이루는 전면도로와 1종전용주거지역의 2층 이내의 건축제한, 클라이언트의 필요 요구면적으로 인해 건축물의 절반이 지하에 묻히게 되어 건축물의 입구와 로비가 지하1층이 되고, 이를 비롯한 주요 시설이 지하로 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중요한 시설인 스튜디오 촬영 공간은 넓은 공간과 높은 층고가 마련된 지하 2층에 배치하였다. 환경적으로 기피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지하 공간에 과감하게 3개의 선큰을 교차 배치하여 빛과 자연환기로 쾌적하면서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환경을 만들었다. 또한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경계의 벽과 하늘, 계단이 중첩하게 하여 답답하지 않고 다양한 이야깃거리와 새로운 시나리오가 떠오르게 한다.

 

3. 일상의 환기가 되는 계단 Stairway

일반적인 사옥이 층마다 야외공간, 즉 테라스를 갖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공간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엘리베이터, 화장실(배수관)과 같이 수직적으로 연결이 필요한 곳을 한곳에 모으되 건물에 필연적으로 생겨야 하는 계단을 야외로 만들어 산책로처럼 계획하였다.

그 계단은 도로에 면하여 주차장과 선큰을 배치하고 남은 공간에 마련된 건축물의 진입로와 겸하는데, 계단 양옆이 열려 있어 마치 공중을 걷는 듯한 느낌으로 각 층을 이동할 수 있다. 계단의 끝은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넓은 데크를 구성하여 직원들에게 탁 트인 하늘과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며 비일상의 여유를 느끼게 하거나 사내 행사를 통한 소속감, 친밀감을 높일 수 있게 하였다.

이처럼 계단을 통해 내, 외부로 자연스러운 업무의 환기가 가능해지고 장시간 근거리의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며 일할 수밖에 없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잠시나마 넓고 시원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길 기대한다.

 

위 세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이 건축물을 사용하며 하루하루 쌓인 경험과 익숙해진 장면은 어느새 각자의 상상을 통한 자기만의 맵을 완성하게 유도함으로써 비로소 커다란 조이트로프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이 건축물이 크리에이티브한 그들에게 다양한 배경이 되어 더욱 풍부한 일상, 효율적인 업무환경으로 즐거운 놀이터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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