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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체 그라피_ Arce Graphy

A 지식산업센터  (신축)

 

2025

위치: 서울시 중구 오장동

지역/지구: 일반상업지역

대지면적: 1,078.4㎡

규모: 지상17층, 지하4층

용도: 공장(지식산업센터)

건폐율: 58.04%

용적률: 716.46%

연면적: 10,993.86

시공: (주)군장종합건설

사진: CIID

Prologue.  소리의 지층 위에 긋는 선

 

서울 중구 오장동. 이곳은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 인쇄 산업의 심장이었다. 좁은 골목마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윤전기의 진동, 종이가 넘어가는 마찰음, 그리고 공기 중에 부유하는 잉크의 비릿한 향이 켜켜이 퇴적된 곳이다. 이 소란스럽고 치열한 수평의 거리에,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고요하고 묵직한 ‘침묵’을 제안한다.

우리는 이곳에 낡은 도심의 풍경을 정리하는 하나의 기준점이자, 오장동의 새로운 시간을 기록할 수직의 벼루를 세우고자 했다. 그 이름은 '아르체 그라피(Arce Graphy)'. 견고한 성채(Arce)이자, 대지 위에 써 내려가는 건축적 기록(Graphy)이다.

 

먹, 빛을 머금은 검은 물성

 

건축물의 외관은 타협하지 않는 검은색(Noir)으로 일관한다. 이는 인쇄업의 본질인 ‘먹’의 색채를 차용함과 동시에, 혼재된 도심 경관 속에서 건물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장 솔직한 언어다.

 

대지를 딛고 선 지상 3층까지의 기단부는 거친 질감의 검은 석재로 마감했다. 이는 오랜 시간 오장동을 지켜온 인쇄 장인들의 굳건한 기반과 노동의 무게를 은유한다.

 

그 위로 솟아오른 17층 높이의 타워부는 매끄러운 알루미늄 패널과 건물일체형 태양광 모듈(BIPV)이 결합된 커튼월로 구성된다. 무광의 석재에서 유광의 패널로 이어지는 수직적 전이는, 과거의 아날로그 인쇄술이 첨단 산업으로 도약하는 과정을 상징한다.

 

이 검은 파사드는 햇빛을 반사하기보다 은은하게 흡수하며, 마치 종이에 깊이 스며든 잉크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묵직한 깊이감을 더해간다.

 

치열함 속에 새긴 여백

 

빼곡한 활자로 가득 찬 페이지에도 숨 쉴 공간인 ‘여백’이 필요하듯, 치열한 산업 현장에도 쉼표는 필수적이다. 우리는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일반적인 지식산업센터의 문법을 거부하고, 전 층에 발코니를 계획했다. 매끈한 직육면체 매스에 깊이감 있게 새겨진 이 수평의 띠는 건축물에 입체적인 리듬감을 부여한다.

 

동시에 이 공간은 기계 소음과 기름냄새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유일한 숨구멍이 된다. 문을 열고 나가 마주하는 도심의 바람과 풍경은 노동의 피로를 씻어내는 전이 공간이자, 창의적 영감이 태동하는 사색의 공간이다.

Epilogue.  오장동의 미래를 기록하다

 

아르체 그라피는 단순한 임대형 공장이 아니다. 쇠락해가는 도심 제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인큐베이터이자, 이 지역의 정체성을 계승하는 기념비적 오브제다.

 

우리는 이 건물이 오장동이라는 거친 텍스트 위에 찍힌 굵은 마침표이자, 새로운 문장을 시작하는 첫 글자가 되기를 바란다. 과거의 인쇄술이 종이 위에 역사를 기록했듯, 이제 이 검은 성채는 도심 속에 우뚝 서서 앞으로의 시대를 묵묵히 기록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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