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샤트리_ Cachotterie
임대 사옥 (근린생활시설 신축)
2023
위치: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지역/지구: 1종일반주거지역
대지면적: 301.4㎡
규모: 지상4층, 지하2층
용도: 근린생활시설
건폐율:55.84%
용적률:149.01%
연면적: 717.28㎡
시공: (주)지온종합건설
사진: 배지훈 (BAE Photography)
Cachotterie 캐샤트리_ 오래된 주거지에서 ‘숨김’을 시험하는 건축
1. 조용히 존재하는 건물의 방식
도시는 여전히 크고 확신에 찬 형태로 말하는 건축물들로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오래된 주거지의 블록 한가운데에 자리한 캐샤트리는 다르게 말한다. 프랑스어로 ‘숨김’을 의미하는 이름처럼, 이 건물은 도시적 과시의 언어보다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선택한다.
건축주는 효율과 내실, 불필요한 것을 멀리하는 태도를 가진 인물이었다. 그의 신중함은 건물의 논리를 구성하는 배경이 되었고, 결국 케샤트리는 주거지에 들어선 사옥으로서 ‘나서지 않는 존재 방식’을 실험하는 건축물이 되었다.
회색 롱브릭으로 마감한 입면은 주변의 낡은 골목과 특별한 긴장감을 만들지 않는다. 벽과 창이라는 최소한의 구성만을 남겨두어, 건물은 주변과 경쟁하지도, 불필요한 메시지를 던지지도 않는다. 이는 단순한 미니멀리즘이 아니라, 주거지의 리듬을 존중한 접근이라 보아야 한다. 낯선 프로그램이 들어설 때 발생할 수 있는 시각적·심리적 충돌을 최소화하고자 한 태도는 결국 이 건축의 핵심적 윤리로 이어진다.
2. 대지의 기울기와 지하의 재정의
북측 도로에서 바라본 건물은 대지의 기울기를 있는 그대로 품고 있다. 덕분에 지하 2층은 반지하처럼 드러나지만, ‘지하’가 갖는 전형적인 폐쇄감과는 거리가 멀다.
주거지의 경사는 종종 건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취급되지만, 이곳에서는 해소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해석해야 하는 조건으로 받아들여졌다. 남측의 넓은 선큰은 지하층을 외부와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빛과 바람의 흐름을 끌어들이는 장치가 된다.
그 결과 지하 1·2층의 임대공간들은 일상적 접근성과 개방감을 확보하면서도 지상 프로그램과는 또 다른 자율성을 갖는다. 이러한 층위의 차이는 주거지와 사옥이 공존하는 건물의 복합적 역할을 자연스럽게 구성한다.
3. 일상의 리듬과 전망의 깊이를 가진 업무공간
지상 1층부터 4층, 그리고 옥탑까지는 본사의 업무공간으로 쓰인다. 이 건물에서 독특한 점은, 업무 공간으로 향하는 진입 동선의 속도 조절 기능이다.
측면의 외부계단을 따라 1.5개 층을 오르면, 작은 베란다가 나타난다. 이 완충 공간은 주거지 골목을 지나오는 일상의 소음을 끊어내며 건물 내부로 진입하기 전, 조용한 호흡을 허락한다. 도시적 맥락 속에서 이런 ‘느린 접근’은 드물고, 고립된 로비보다 도시와 건물의 관계를 더 섬세하게 잇는다.
2층부터 4층까지의 업무공간은 남측의 작은 외부 베란다와 북측으로 펼쳐지는 스카이라인의 대비를 통해 근거리의 일상성과 원경의 도시 풍경을 동시에 담아낸다. 원경을 바라보며 잠시 시야를 멀리 두는 경험은 밀도 높은 도시에서 오히려 중요한 여백이 된다. 옥탑은 일상의 리듬을 가로지르는 작은 사건의 장치처럼 작동하며 업무 공간의 반복적 구조에 느슨한 변주를 부여한다.
Epilogue
캐샤트리는 드러나는 대신 머무름을 선택한 건축물이다. 주거지라는 섬세한 맥락에서 건축이 취할 수 있는 태도에 대해 조용하지만 밀도 높은 해석을 제시한다.
크게 말하지 않고도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도시의 오래된 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방식. 이 건물은 그 가능성을 실험한다. 도시의 변화 속에서 이러한 건축이 어떤 시간의 켜를 쌓아갈지... 그 조용한 축적을 지켜보는 일만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