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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를쓴_ Tarrelsen

W 스포츠기업 사옥  (근린생활시설 신축)

 

2023

위치: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지역/지구: 1종전용주거지역

대지면적: 376㎡

규모: 지상2층, 지하2층

용도: 근린생활시설

건폐율: 48.7%

용적률: 93.61%

연면적: 868.66

시공: (주)라우종합건설

사진: 배지훈 (BAE Photography)

오늘날의 도시는 야생의 환경과 닮았다. 도시에 자리 잡은 다양한 규모와 스케일의 건축물들은 열대우림 속 정글과 같아 빽빽한 수풀들 사이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나름의 수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몸집을 크게 부풀리는 형태 구성이나 화려하게 보이도록 하는 외형적 차별 방식 이외에도 조경, 선큰, 옥탑, 공용공간 등 여러 아이템 구성 방식을 바탕으로 다른 건축물보다 좀 더 나아보이도록 다양한 방법의 조합을 통해 경쟁해야 한다.

 

누군가는 근린생활시설만큼 간단하고 공식화되는 건축계획이 있겠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임대를 위한 건축물의 경우 임대인 입장에선 말 그대로 생계가 달린 일이기도 하거니와 임대 사업도 엄연히 사업이므로 투자 대비 효용을 극대화하는, 소위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려야만 하는 숙명을 지닌 난이도 높은 과제다. 게다가 엔데믹 이후 어느새 높아져서 내릴 줄 모르는 금리와 물가는 사업주에겐 점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니, 건축가는 더 이상 트레이싱지 위에 펜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서 단순히 상상력을 표현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마케팅 개념을 접목하여 건축물을 하나의 상품으로 접근하여 판매의 확률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클라이언트는 원래 타 사무소를 통해 신축계획 및 건축허가를 받았었고 그렇게 견적한 공사비가 예산보다 높아 고심하던 중 우리를 찾아 절감 방안에 따른 자문 및 재설계를 요청했다. 토지 매매에 따른 잔금 정산을 몇 개월 앞둔 상황에서 발생한 상황이라 매우 급박해 보였다. 일반적으로 잔금 정산과 동시에 철거 및 토목공사를 연달아 진행해야 대출 발생에 따른 금융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기에 굴토 심의를 다시 실행할 수도 없었으므로 굴착 깊이와 경계, 옹벽구조체를 존치한 상황에서 마치 리모델링을 하듯 계획을 하는 것이 전제되었다.

 

공사비 내역서를 살펴보니 먼저 눈에 띈 것은 높은 골조 비용이었다. 철근콘크리트구조 시스템의 이해 부족이었는지 기존 설계가 단순히 긴 기둥간격만을 구현하기 위해 과도하게 두꺼워진 보 춤과 필요 이상의 배근으로 계획되어 비효율적인 층고계획으로 이어지고, 찌그러진 오각형의 필지에 축을 제각각으로 설정하여 시공성이 떨어짐으로 인해 비용이 높아진 탓이었다.

 

게다가 필요 이상으로 많은 개수의 개구부를 비롯하여 기능성이 낮은 과도한 디자인의 장식물을 수입산 외장재(석재)의 이형 타입으로 둘러싸게 되니 자재비와 가공비가 너무 오를 수 밖에 없었기에 예산에 따른 비율조정이 필요했다. 이는 최대 연면적 확보와 무주공간 구성, 독특한 조형이라는 임대건축물 설계에 대한 이해나 응용 노하우 없이 단순히 공식 대입만 하려해서 나온 패착인 것이다. 우린 이러한 조합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뜯어 고쳐야 했다.

 

우선 전체적인 계획을 간결하게 다듬었다. 기존 코어(엘리베이터, 계단실) 계획이 이미 대지의 형상과 방향, 건축물 규모에 따른 가장 효율적인 배치로 되어있었다. 다행히 큰 변경이 필요 없어 주차장 배치를 비롯해 예민하게 벽체와 기둥의 이동 및 간격에 따른 치수를 조정하여 적정한 크기의 2개의 선큰을 양 끝단에 배치할 수 있었다. 이는 맞통풍을 유도하여 환기의 효율을 높이고 남측의 풍부한 채광을 오랜 시간 받아들일 수 있어 지하층의 폐소감을 최소화했다. 전면 선큰은 각종 법적 치수가 맞물려 있어 물리적으로 넓은 면적을 확보하기가 어려웠으므로 구조 시스템의 경량화를 통해 보 춤 축소와 동시에 지하층 층고를 적절히 조정하여 외부공간과의 접촉면적을 확보했다. 그리고 시각적으로 조금 더 가벼워 보이도록 철골계단으로 디자인함과 동시에 도로측에 포인트 조경을 두어 행인들이 자연스럽게 지하층으로 시선유도를 하여 지상층과 분리된 독립적 테넌트 수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다음은 앞서 설명한 코어와 주차장, 선큰의 배치에 따라 자연스럽게 지상층 전용공간의 배치가 이루어졌다. 서울시 제1종전용주거지역 내 건축은 2개 층을 기준으로 건폐율 50%, 용적률 100%의 한계로 인해 1층의 평면이 2층으로 그대로 복사되어야 사업성이 확보되므로 이렇게 될 경우 전면 주차장의 배치로 인해 건축물이 도로 반대편으로 후퇴 배치되어야 하므로 형태적으로 너무 단순하고 왜소해보이는 한계가 있다. 임대건축물에 있어 그 단점은 너무나 치명적이고, 그 어떤 화려한 장식과 재료로도 대체할 수 없다. 그렇다면 가릴 것은 가리고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드러낼 수 밖에. 그래서 우리는 이 건축물에게 탈(가면, Mask)을 쓰도록 했다.

 

탈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역사동안 다양하게 쓰였다. 본연을 감추기 위한 이유를 포함하여 표정을 감추거나 오히려 신분이나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도구이자, 몸집을 더 크고 돋보이도록 대상을 재창조화 하는 등 제각각 사유가 있다. 우리는 탈을 통해 실체(Substance,實體)가 실제(Actuality,實際)하지 않도록 실재(Reality,實在)화 하여 타인에게 보이고 싶은 이미지로 편집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보편적인 상업건축물의 구색을 갖출 수 있었다. 임대건축물 신축에 있어 오랫동안 주택가였던 고즈넉한 분위기를 떨쳐내고 근처 언주역에서 부터 발생된 각종 상업개발의 발 빠른 흐름을 마주해야 하는 입장에서, 기존 전용주거지역의 건축특성을 숨겨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비록 클리셰일지라도 상업 건축물처럼 그럴 듯 하게 보여야 했다.

 

떠있는 벽돌로 만들어진 탈을 쓴 건축물은 이제 탈 뒤에 숨어 바깥세상을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주거지의 따사롭고 고즈넉했던 분위기에서 갑자기 상업개발의 거친 바람을 마주해야 하는 건축물은 이 모든 변화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아직은 수줍고 예민한 건축물에게 있어 탈은 시선을 막아주는 역할로 작용하여, 지저분한 전면 주차장 풍경은 가려주고 벽의 틈 사이로 행인이 오고가는 움직임을 느끼게 하며, 편안하게 벽 너머로 반짝이는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떠있는 벽에 걸러져 비스듬하게 비추는 남향의 햇살과 옆 대지 공원의 풍경을 통창을 통해 내부로 끌어일 수 있어 도심 속 녹음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탈을 쓴, 타를쓴(Tarrelsen)은 그렇게 변화하는 세상에 조금씩 적응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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