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누이타스_ Tenuitas
P 투자사 사옥 (근린생활시설 신축)
2026
위치: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지역/지구: 1종전용주거지역
대지면적: 341.9㎡
규모: 지상2층, 지하2층
용도: 근린생활시설
건폐율: 49.25%
용적률: 95.36%
연면적: 762.53㎡
시공: ㈜라우종합건설
사진: 김용관, 김용성
Prologue. 가벼움의 이름, 건축의 태도
테누이타스(Tenuitas)는 라틴어로 얇음,가벼움,섬세한 밀도를 뜻하는 이름이다.그러나 이 프로젝트에서 그 말은 단지 외형의 인상을 가리키지 않는다.그것은 건축이 만들어지는 태도와 과정 전체를 가리킨다.이 작업은 “무엇을 지을 것인가보다 어떻게 지을 것인가”를 먼저 묻는 데서 출발했다.오늘날 소규모 건축이 왜 여전히 긴 현장 공정,과도한 자원 투입,비가역적인 시공 방식 위에서만 성립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이 건축의 출발점이었다.
따라서 테누이타스의 핵심은 새로운 형상을 제안하는 데 있지 않다.생산과 운반,조립과 사용,그리고 언젠가 맞이할 해체까지 건축의 전 과정을 다시 조직함으로써,더 가볍고 더 정확하며 더 적은 흔적을 남기는 건축을 실천하는 데 있다.기후주의와 저성장 시대의 문제의식 속에서 이 프로젝트는 지속가능성을 형태의 표피가 아니라 생산과 소멸의 방식에서 찾는다.그것은 결과의 미학이기 이전에 과정의 윤리이며,기술의 선택이기 이전에 건축적 태도의 문제다.
Phase 1. 가벼움의 형상이 아니라, 가벼움의 방식
대지는 강남구 역삼동 전용주거지역 안에 있다.서측 6m도로와 북측 4m도로가 만나는 코너라는 점에서 사옥으로서의 주목성과 접근성은 충분하지만,동시에 주변의 저층 주거지와 직접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개방성과 프라이버시를 함께 다루어야 했다.
건폐율 50%,용적률 100%라는 조건은 조형적 제스처보다 면적의 효율과 평면의 명료성을 우선하도록 만든다.따라서 테누이타스는 과장된 형식을 택하지 않는다.점차 업무화 되는 도시의 흐름에 응답하면서도 인접한 주거 환경의 정온성을 침범하지 않는 방식으로,서로 다른 맥락이 충돌하는 경계에 적절한 거리와 완충의 질서를 부여하는 데 집중했다.이는 법규에 대한 소극적 대응이아니라,서울의 저층 주거지에서 건축이 서는 방식에 대한 적극적 해석이다.넓은 전면보다 골목의 폭,단일한 입면보다 경계의 두께,평면의 효율보다 단면의 깊이가 더 직접적으로 작동하는 한국 도시의 미시적 조건 속에서,테누이타스는 정면의 풍경보다 경계의 구조를 계획의 주제로 삼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평면은 의도적으로 명료하게 유지된다.지상 1층과 2층은 허용된 면적을 손실 없이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하되,필요한 지점에서만 비워내고 후퇴하며 깊이를 만든다.이는 향후 매각이나 임대 전환 가능성까지 고려한 사업적 판단이면서, 동시에 한국의 협소한 도시 대지에서 실질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식이기도 하다.다시 말해,테누이타스는 형식을 위해 효율을 희생하지 않고,효율을 통해 새로운 공간 질서를 조직한다.2층의 부분적 후퇴,남측 발코니,서측의 이격된 떠 있는 벽은 단순한 조형 제스처가 아니라,법적 한계 안에서 환경 조절과 프라이버시,그리고 공간적 깊이를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입체적 단면 전략이다.
여기서 한국적 설계 방법론은 전통 형상의 차용이나 지역주의적 표피가 아니라,밀도 높은 도시 조건 속에서 거리와 틈,완충과 체류를 세밀하게 조직하는 실천으로 나타난다.
Phase 2. 복합 구조와 조립의 논리
이 조건에 대응하기 위해 지하는 철근콘크리트 구조,지상은 철골구조로 계획했다.지하에서는 토압과 강성이 우선했고,지상에서는 빠른 시공과 장스팬 확보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상부에는 11.3m장경간을 적용해 내부에 기둥 없는 업무공간을 확보했다.이것은 단지 평면을 정리하기 위한 구조적 선택이 아니다.향후 공간 분할과 용도 변화까지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바탕을 만드는 일이었다. 무겁고 안정적인 하부와 가볍고 개방적인 상부는 구조 시스템의 차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며,구조는 기술적 해결을 넘어 이 건축의 사용성과 시간성을 조직하는 질서가 된다. 여기서 복합 구조는 공법의 병치가 아니라,지하의 강성과 지상의 가변성을 분리하면서도 하나의 연속된 사용 체계로 통합하는 테크토닉스다.
테누이타스의 핵심은 구조 형식보다 공정의 재조직에 있다.현장은 더 이상 절단과 수정이 반복되는 제작의 장소가 아니다.가능한 많은 부분을 현장 밖에서 준비하고, 현장에서는 조립이 이루어지는 건축을 상정했다.토목공사와 지하층 철근콘크리트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지상 철골 부재를 공장에서 병행 제작하고,일부는 가조립된 상태로 반입해 공기를 압축했다.도면은 결과물의 형상을 기술하는 데 머물지 않고,생산의 순서와 운반의 경로,결합의 시퀀스까지 포함하는 하나의 운영 도면으로 확장된다.이러한 방식은 디자인의 범주를 외관에서 프로세스로 이동시키며,설계와 생산,물류와 시공을 상호 연동된 체계로 다루게 한다.설계는 더 이상 자율적 형식의 선언이 아니라,관계자와 공정,재료와 시간의 질서를 조직하는 행위가 된다.
이러한 Off-Site조립 논리는 기술적 효율에만 머물지 않는다.서울의 밀집한 주거지에서 공사 기간의 길이,소음,분진,공사 차량의 빈도 자체는 주변 환경에 대한 압력으로 작동한다.따라서 현장 작업의 축소는 경제성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도시적 배려의 문제다.건축의 무게는 구조체의 질량만으로 판단되지 않는다.재료 생산에 들어가는 에너지,운반에 필요한 물류,현장에서 소모되는 노동,공기 지연이 발생시키는 사회적 비용,그리고 해체 이후 남는 잔여물까지 포함할 때 비로소 건축의 총체적 무게가 드러난다. 테누이타스가 ‘가벼운 건축’을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전체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구조와 공정,시공 방식을 동시에 다시 설계했기 때문이다.저성장 시대의 ‘유약한 건축’이라는 개념이 여기서 구체화된다.유약함은 약함이나 결핍이 아니라,영속성과 지배의 욕망 대신 변화와 해체를 수용하면서 더 적은 부하를 남기려는 태도다.테누이타스는 그 유약함을 형태적 이미지가 아니라 생산 방식의 재구성을 통해 드러낸다.
Phase 3. 숨 쉬는 외피와 틈의 공간
외피 역시 같은 논리 위에서 계획했다.탄화코르크는 친환경 마감재라는 표어로 선택한 재료가 아니다.가벼운 재료이자 차양 장치이며,프라이버시를 조절하는 필터이자,건식 조립에 적합한 외피 시스템으로 이해했다.자료에서 제시되듯 탄화코르크는 낮은 열전도율과 흡음·단열 성능,경량성을 바탕으로 열 부하를 줄이고 하지 철물의 경량화에도 기여한다.따라서 이 재료의 선택은 단순한 감성적 자연주의가 아니라,구조적 경량화와 열환경 조절,시공 단순화와 재활용 가능성까지 포괄하는 기술적 결정이다.코르크 패널과 하지 철물의 조합은 외피를 하나의 무거운 마감층이 아니라 교체와 보수가 가능한 건식시스템으로 전환하고,그 사이에 형성되는 이격 공간은 열 완충 구역이자 빛과 바람을 조절하는 미세한 환경 장치로 작동한다.
2층 일부를 남측으로 후퇴시켜 발코니와 처마를 만들고,서측에는 유리면과 이격된 떠 있는 벽을 두어 내부와 외부 사이에 하나의 틈을 형성한 것도 같은 이유다.이 틈은 빛을 걸러내고 바람을 통과시키며,전면 유리를 사용하면서도 블라인드에 의존하지 않는 안정감을 만든다.외피를 닫힌 표면이 아니라 숨 쉬는 경계로 만들고자 했고,가벽과 선큰,유리블록과 차양의 간격은 모두 내부와 외부 사이에 완충된 깊이를 만드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 건축은 열고 닫는 방식이 아니라,걸러내고 머금는 방식으로 도시와 관계 맺는다.이는 한국의 저층 주거지에서 특히 중요하다.도시의 시선은 멀리서 수평적으로 들어오기보다,골목을 따라 짧은 거리에서 비스듬히 스며든다.따라서 프라이버시는 단지 창의 크기를 줄이거나 벽의 두께를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필요한 것은 시선을 차단하면서도 빛과 공기의 흐름을 유지하는 반투과적 경계이며,테누이타스는 바로 그 중간영역을 계획의 핵심 장치로 삼는다.이 점에서 이 건축의 한국성은 전통적 표상의 재현에 있지 않고,골목과 경계,시선과 완충을 다루는 방법론 속에 있다.
지하층과 수직동선은 이러한 태도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다.지하층은 남측과 동측의 선큰을 통해 빛과 공기를 끌어들이고,높은 층고를 확보해 하부 공간의 폐쇄감을 줄였다.지하를 단순한 부속공간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 가능한 지원 공간으로 다루고자 했다.지하 2층부터 옥상까지 이어지는 계단은 지하에서는 철근콘크리트,지상에서는 철골구조로 이어지며 건물의 구조적 전환을 사용자의 동선 속에 드러낸다.이 계단은 단순한 수직 이동 수단이 아니라 각 층을 산책하듯 연결하고 머무름을 유도하는 장치다. 서측의 열린 시야와 북측 유리블록의 반투과성,그리고 코르크 블록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은 이 건축을 하나의 덩어리보다 빛과 그림자,표면과 틈의 층위로 경험하게 만든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입면의 조형성보다 현상학적 효과다.강한 표정을 가진 파사드를 만들기보다,걸러진 빛과 반사된 그림자,내부의 기척이 외부로 번져 나오는 정도를 조절함으로써,테누이타스는 도시 안에 조용하지만 분명한 존재감을 형성한다.
Epilogue. 더 적은 흔적을 남기는 건축
결국 ‘테누이타스’는 친환경 이미지를 덧입힌 건축이 아니다.구조와 외피,공정과 사용의 관계를 다시 정리함으로써 건축을 더 가볍게 만들고자 한 프로젝트다.지하의 RC와 지상의 철골,Off-Site제작과 현장 조립,탄화코르크 외피와 사이공간의 형성은 분절된 전략이 아니라 하나의 태도로 연결된다.이 건축은 소규모 사옥의 실용적 해법에 머물지 않는다.오늘날 건축이 어떻게 더 적은 자원과 더 적은 폭력으로 도시 안에 자리 잡을 수 있는가를 묻고,그 질문에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답하려는 시도다.‘테누이타스’는 가벼움의 결과가 아니라,그 가벼움에 도달하기 위해 건축을 다시 조직한 방식의 이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