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리스크_ The Glisk
B 교육기업 사옥 + 학원
(근린생활시설 대수선)
2025
위치: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지역/지구: 제3종일반주거지역
대지면적: 462.5㎡
규모: 지상5층, 지하1층
용도: 근린생활시설, 다중생활시설 -> 근린생활시설(사무소, 학원)
건폐율: 49.40% -> 49.40%
용적률: 247.01% -> 247.01%
연면적: 1,496.92㎡ -> 1,496.92㎡
사진: 송유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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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공간의 재탄생과 철학적 미학
대한민국 교육의 최전선인 강남구 대치동은 고밀도의 긴장감이 지배하는 도시다. '더 글리스크'는 이 치열한 맥락 속에서 노후화된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의 고시원 건물을 학원으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이다.
단순한 마감재 교체를 넘어, 북향 대지가 지닌 태생적 채광 한계와 기존 건축물의 파편화된 구조적·기능적 결함을 치유하는 데 목적을 둔다. 우리는 기존 구조체의 뼈대를 보존하고 그 위에 새로운 공간적 질서와 빛의 켜(Layer)를 덧입힘으로써, 스스로 잠재력을 발하는 학생들을 위한 ‘빛의 그릇’을 정립하고자 했다.
1. 길의 재정렬 : 보차(步車)분리가 가져온 안전한 진입 시퀀스
기존 건축물은 주출입구가 후면에 위치하여 주차장 차량 동선과 학생들의 보행 동선이 혼재되어 있었고, 이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가 깊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출입구를 전면으로 과감히 재배치하는 동선 혁신을 단행했다.
새로운 진입 계획은 기존 주차장 차로와 1층 상담 공간 사이의 유휴 부지를 주진입로로 정밀하게 획정하여, 완벽한 보차분리를 실현하고 학생들의 보행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했다. 전면 도로에서 진입하는 주출입구는 1층 상담 공간과 통창으로 시각적 연계를 이루어,가로의 활기를 내부로 흡수하는 동시에 명확한 진입 위계를 형성한다.
2. 수직 축의 신설 : 효율로 거듭난 코어와 컴팩트한 평면 계획
학원 용도로의 기능 전환을 위해 가장 시급했던 수직 동선의 확충은 구조적 영리함을 통해 해결했다. 기존의 유휴 공간이자 계단참에 위치해 있던 화장실 공간을 과감히 철거하고, 해당 코어를 관통하는 엘리베이터를 신설하여 건물의 층간 이동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엘리베이터 신설로 인해 위치 이동이 불가피해진 화장실은 각 층의 전용공간 일부를 효율적으로 조율하여 계단실 측면 벽 건너편으로 재배치했다. 새로운 화장실은 컴팩트한 ‘1자 형 배관·기구 배치’를 적용함으로써, 전용면적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시공성과 유지관리 효율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평면 효율화를 꾀했다.
3. 스케일의 반전 : 재료의 광학적 특성을 통한 개방감과 착시의 미학
1층 평면 계획에서 전용면적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주진입로에서 계단실 및 엘리베이터로 연결되는 내부 복도는 필연적으로 협소해질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진입 레벨을 상부로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천장고가 대폭 낮아지는 물리적 한계에 부딪혔다.
이러한 공간적 압박감을 극복하기 위해 복도 천장에 고반사 물성의 미러 스틸패널을 도입했다. 천장면이 하부 공간을 거울처럼 수직으로 반사하도록 유도하고, 인공 조명의 조도를 극대화하여 시각적 개방감을 부여했다. 이는 물리적 스케일의 한계를 재료의 광학적 특성으로 극복한 성공적인 시각적 확장 전략이다.
4. 코러스케이트(Coruscate) : 정형(定形)의 외피 위, 팽창하는 청춘의 은유
기존 평면은 도로 경계 측 입면의 절반가량이 약 1.5m 후퇴 된 기형적 구조였다. 우리는 이 오목했던 빈 공간을 실내로 채우는 대신, 위아래가 개방된 거대한 ‘스크린 월(Screen Wall; 가벽)’을 세워 파사드의 라인을 도로와 나란히 맞추는 기하학적 정형성을 회복했다. 1.5m의 이중 외피 틈새는 완충 지대로서 도시 소음을 필터링한다.
반듯하게 정돈된 대형 매스 위에는 오목한 석재 패턴의 매트(Matte)한 금속 패널과 반원형으로 돌출된 글로시(Glossy)한 스테인리스 기둥을 교차 배열했다. 볼록하게 팽창하는기둥의 형상(Convexity)은 세상으로 뻗어 나가려는 학생들의 거침없는 기세와 청춘의 에너지를 상징하며, 북측의 미세한 산란광에 반응하여 낮 시간 동안 건물이 윤슬처럼 은은하게 반짝이도록 돕는다.
5. 시선의 제어와 전이 : 몰입을 돕는 띠창과 하늘을 품은 옥상 정원
학습이 이루어지는 상층부 강의실은 플렉서블한 가변형 벽체 리모델링이 가능하도록 무주공간에 가까운 자유로운 평면 구성을 채택했다. 도로 측 입면은 가슴 높이까지 솔리드 한 벽을 올리고 가로로 긴 수평 띠창만을 배치하는 단면적 제어를 가했다. 이는 수업 중 학생들의 시선이 외부 소란에 분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적 구획이자 고도의 집중을 돕는 ‘기능적 쉘터’의 구현이다.
지하층은 교보재 창고로 집중화하여 상부층의 수납 부담을 덜었다. 반면, 건물의 최상부인 옥상 층에는 조경과 파고라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루프탑 가든을 조성했다. 학생들이 밀도 높은 학습 시간 속에서 잠시 나와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조망하며 기분을 환기할 수 있는 감성적 전이 공간을 제공한다.
Epilogue. 밤에 피어나는 역설의 발광(Luminescence)
어둠이 내리면 ‘더 글리스크’는 구조와 물성이 결합된 진정한 가치를 드러낸다. 낮 동안 학생들의 에너지를 상징하며 빛을 머금던 스테인리스 기둥은 밤이 되면 안쪽에 숨겨진 경관조명을 통해 빛을 뿜어낸다. 기둥의 곡면에서 뿜어져 나온 빛은 배면의 오목한 매트 패널로 부드럽게 반사 및 확산되어 스크린 월 전체를 은은하게 간접광으로 물들인다.
이는 미래를 위해 잠시 스스로를 가두고 웅크린 채 치열하게 타오르는 학생들의 청춘과 잠재력을 닮았다. 어두운 북측 도로를 따스하게 밝히는 이 야간 경관은, 대치동의 밤을 묵묵히 지키며 학생들의 찬란한 내일을 응원하는 건축적 헌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