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느 로슈_ Ligne Roche
J 미디어기업 사옥 (근린생활시설 신축)
2024
위치: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지역/지구: 1종전용주거지역
대지면적: 341.3㎡
규모: 지상2층, 지하2층
용도: 근린생활시설
건폐율:49.39%
용적률:96.56%
연면적: 699.72㎡
시공: (주)라우종합건설
사진: 송유섭
Prologue. 섬세하게 조각된 공간
‘리뉴 로쉬(Ligne Roche)’는 프랑스어로 ‘바위의 선(Line of Rock)’을 뜻한다. 거칠고 단단한 바위에 조심스레 선을 그으며 형태를 찾아가는 이 과정은, K-POP 아티스트를 정성껏 길러내는 여정과도 닮아 있다. 반복되는 조각의 손길은 결국 공간이 되고, 섬세한 태도로 완성된 하나의 조형이 된다.
Chapter 1. 조용하지만 분명한 존재감_ 주거지와 공존 가능한 새로운 해법, 배려하는 건축
아티스트를 양성하는 연예 기획사 사옥인 ‘리뉴 로쉬’는 서울 강남 고급 주거지 한가운데, 외부 자극에 민감한 환경 속에서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지질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청암 (靑岩_ 화강암 중 강도가 높은 암의 일종) 암반층은 이 건축이 도시와 어떻게 관계 맺을지 를 결정짓는 단서가 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와의 과도한 교류나 개방보다는, 내부 사용자들의 감정, 루틴, 집중에 초점을 맞춘 구조체를 지향했다. 외부와의 소통을 줄이고, 간섭 없는 공존을 가능케 하는 건축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전체 매스는 땅속에서 끌어낸 바위처럼 절제된 형태를 지니며, 진입은 크랙을 통과하듯 계획되어 내밀한 시퀀스를 유도한다.
Chapter 2. 단단한 외피와 유연한 내부의 공존_ 사용자 중심의 흐름과 공간 시퀀스
건물은 외부 시선을 차단한 절제된 매스로 구성되며, 바위의 틈새 사이로 진입하는 듯한 시퀀스를 통해 공간에 접근한다.
전체는 지하부터 지상, 옥상에 이르기까지 총 세 개의 레벨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직 동선 을 따라 외부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첫번재 레벨은 지하 2층으로서 아티스트 양성 을 위한 치열한 경쟁과 고뇌가 반복되는 공간으로서 연습생의 트레이닝 시 소음과 보안을 감안하여 조닝했고, 2개의 선큰을 통해 자연광 유입과 환기를 최대화 하여 쾌적함을 확보했다. 두번째 레벨은 지하 1층으로서 오피스 팬트리를 겸하는 접객, 회의 공간으로 지하층이지만 지형을 이용한 계획으로 주 진입로와 같은 레벨에 위치하되 의도적으로 계단을 배치하지 않아 방문자와 사옥 이용자 간 동선이 분리되도록 계획하였다. 세번째 레벨은 지상 1, 2층의 관리 및 기획 공간으로 도로 레벨차를 이용한 개별 출입 및 수직 동선 계획으로 집중력 있는 업무환경과 창의적인 영감이 떠오르는 공간을 구획하고, 옥상 테라스를 통해 도심 조망과 독립적 휴게공간을 제공한다.
이렇게 사옥 이용자들은 조망과 빛, 경사진 대지의 감각을 점진적으로 경험하게 되며, 사용자에게 심리적 안정과 물리적 보호를 동시에 제공하는 하나의 리듬을 누릴 수 있다. 지하에서 시작된 일상은 상승의 흐름을 타고 외부와 접속하게 되며, 이는 내면의 리듬을 존중하는 공간 구성으로 작동한다.
Chapter 3. 완벽을 위한 반복, 정체성을 드러내는 세밀한 패턴_ 조형, 외장, 디테일을 통한 물리적 언어의 구축
전체 매스는 절제된 형태 안에서 분절과 절삭을 통해 빛과 시선의 통로를 확보하고, 마치 자연 지형에서 발굴된 구조물처럼 인식된다. 외장 석재는 토목공사 중 발견된 청암과 동일 석재 마감재로 적용했고 그 정제된 그리드는 창호, 수직 분절, 테라스 경계와 정교하게 맞 물리며, 디테일은 난간, 디딤판, 배수 홈 등 건축 전반에 걸쳐 일관된 질서로 통합된다. 이러한 반복과 정제의 구성은 내부 사용자들의 리듬과 루틴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건축은 그 자체로 운영 체계를 드러내는 물리적 언어가 된다. 자극 없이 절제된 태도 속에서 조형과 디테일만으로 정체성이 드러나는 방식이다.
Epilogue. 도시를 존중하며, 내부를 조직하는 구조체
‘리뉴 로쉬’는 단단한 암반 속에 숨겨진 하나의 세계다. 질서, 흐름, 반복, 집중으로 조직된 내부는 외부로 향하기 전의 시간을 조율하고 준비한다. 건축의 모든 요소는 사옥 사용자의 리듬에 맞춰 깊이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도시와의 공존은 개방이 아닌 절제를 통해 구현 된다. 때로는 조용한 분리와 침묵의 태도가 가장 정제된 관계 맺음이 될 수 있다. 스스로를 닫음으로써 더욱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 건축은, 고요함으로 도시의 또 하나의 층위를 이룬다.
‘리뉴 로쉬’는 도시와 조용히 공존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완결된 세계를 구축하는 구조체로 존재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