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이곳은 아픈 기억들로 말 없이 꾹꾹 눌러담겨져 있는 곳이다. 오랜 기간 성수동 공업지역의 배후주거지였던 그곳은, 물이 귀했던 시절이라 저소득층의 공장 노동자들이 무허가로 천변에 옹기종기 모여 살던 것이 그 시작이었다. 하지만 비가 오면 중랑천이 넘쳐 침수되기 일쑤였고 난개발과 불법건축으로 인해 제대로 구획되지 못한 도로는 지금도 쉽게 차가 오다니지 못할 정도다. 작디작은 한 건물에 수십 세대가 함께 살 수 밖에 없어 불법 개조한 입구에서부터 그 각각의 세대에 다다르는 사다리와 비슷한 경사도의 계단과 좁은 복도, 도로에 바로 면한 현관문 등 상황에 급조하고 임기응변한 기형적 건축형태가 이 동네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생존하고자 하는 본능이 만들어낸 다양한 건축적 요소들이 잡다하게 버무려진 곳, 여기는 송정동이다.

IMG_0877.JPG
DJI_0332-Enhanced-SR_WEB.jpg
DJI_0003-Enhanced-SR_WEB.jpg

최근 성수동이 폭발적인 성장을 하며 자본의 흐름 또한 급격하게 그곳으로 몰려들었다. 자본가들은 경쟁하듯 그 곳의 땅을 사기 시작했고, 포화된 에너지는 인접지인 이곳 송정동으로도 밀고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개발의 분위기는 동네를 들썩이게 했다. 연예인들이 송정동 어딘가를 매수했다는 뉴스도 종종 들려온다. 이곳에 조용히 살고 있던 주민들은 난데없는 변화에 어리둥절 하면서도 평생을 불편함과 고통으로 살고 있던 삶에 큰 보상을 받고자 하는 생각에 외지인에게 얼른 자리를 내주는 분위기다. 잠잠했던 송정동에 그렇게 변화의 물결이 몰아쳤다.

DJI_0208_WEB.jpg

리모델링 작업 의뢰로 처음 우리를 찾아온 클라이언트가 지인들과 가족들을 연이어 소개해 주는 바람에 어쩌다가 송정동 블럭 근거리 내에 4개 프로젝트를 비슷한 시기에 순차적으로 계획하게 되었다. 집수리나 인테리어의 소소한 변화가 아닌 비교적 눈에 띄는 건축행위가 작은 골목 곳곳에 생기게 되니 책임감이 앞섰다. 오래된 집이 가득한 낡은 동네에 새로운 건축물이 들어설 때의 생경함과 이질감을 최소화 하고 싶었으나 클라이언트들은 새것의 테가 확연히 나도록 밝은 톤의 건축물을 원했기에 그들을 절충하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 무언가는 건축물을 감싸며 돌아나가는 구불구불한 외부계단과 복도, 도로를 등진 건축물 배치로 인해 생긴 무창의 담벼락 벽체, 좀도둑을 방어하자고 해서 창마다 달아둔 방범창살, 담장 너머로 보이는 잡동사니가 가득한 건축물 앞 작은 안뜰, 각종 항아리와 화분이 놓여져 있던 각 층마다 있던 베란다, 각 집 현관문 사이에 자리한 문패가 붙어있는 묵직한 기둥 등 지금의 송정동 분위기를 구성하는 이러한 건축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건축계획과 입면디자인이다. 이러한 디테일들을 곳곳에 배치하고 조합한 건축물로서 송정동의 어려웠던 역사를 굳이 숨기는 것이 아닌 그만의 분위기로 이어지게 하여 본 거주민과 외지인이 잘 어우러지는 환경의 동네가 되길 희망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제안하는 송정 바이브다.

DJI_0129-Enhanced-SR_WEB.jpg
DJI_0362-Enhanced-SR_WEB.jpg

PHASE 1.   ​외부계단

PHASE 2.   ​무창의 담벼락

PHASE 3.   ​수직 방범창살

PHASE 4.   ​담장너머 안뜰

PHASE 5.   ​외부복도와 베란다

PHASE 6.   ​문주

© 2025. CIID.All Rights Reserved. This site is optimizes on PC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