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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클리프_ White Cliff

A IT기억 사옥  (근린생활시설 신축)

 

2023

위치: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지역/지구: 3종일반주거지역

대지면적: 229.2㎡

규모: 지상5층, 지하2층

용도: 근린생활시설

건폐율: 49.97%

용적률: 217.5%

연면적: 709.67㎡

시공: (주)다우이엔씨종합건설

사진: 노경(Rohspace)

직원을 위한 회사, 직원을 위한 공간

 

신사옥 신축을 계획한다며 우리를 찾은 클라이언트는 반도체 소자 모델링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스타트업 기업이었다. 첫 만남부터 전 직원이 전문지식을 기반한 창의성을 추구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 관계로 이를 극대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는데, 무엇보다 사람이 곧 재산인 이 사업에서의 성장의 키는 직원들의 품질 높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생각을 바탕으로 단순한 업무공간이 아닌 가치있는 공간에 초점을 두어 다양하고 특별한 장소를 구상해 달라고 했다. 모순적이겠지만 직원이 사무실에 출근하여 퇴근하고 싶어 하지 않는 그런 재밌는 놀이+일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신(新)사고를 가진 오너를 만나게 되다니. 다른 업종이긴 하지만 나도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참 어려운 결정이었을텐데, 건강하고 신선한 생각을 가지신 분과 마주하게 돼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부러웠다.

 

그렇게 잔뜩 기대감을 갖고 클라이언트와 함께 사이트를 방문했지만 걱정이 앞섰다. 어수선한 골목과 좁은 도로, 그리고 생각보다 작은 땅 크기는 이상과 현실이 부딪힐 수밖에 없는 다양한 조건을 다 갖추고 있었으니까. 무엇보다도 사옥이라 하면 그 기업의 인상을 보여주는 건축물의 외관이 돋보여야 할텐데 좁은 골목으로 인해 인지성이 너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입지였다. 그렇게 함께 사이트를 돌아본 후 함께 커피 한잔을 마시는데 희망에 가득찬 클라이언트의 눈빛이 너무 강렬했다. 애써 외면해 보려 했지만 한편으로는 도전의식이 고개를 드는 바람에 그 눈빛을 마주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우리에게 무모한 도전은 시작되었다.

 

카테고리 믹싱 존

 

서울시의 3종일반주거지역은 건폐율이 50%인 관계로 넓은 건축면적 확보가 어렵다. 수직으로 프로그램이 나뉘어질 수 밖에 없는 여건에 층별 카테고리 분리가 필연적이라 단순해지는 단면구조로 인해 평이한 계획이 되는 것을 가장 우려했다. 그래도 일반적이지 않은 건축물을 위해 우리를 찾아오셨는데 실망을 드릴 수 없다는 생각에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결과 오랫동안 기업의 업무특성을 연구하다 보니 2가지 핵심 업무환경 포인트를 발견해냈다.

 

이는 IT기업의 특성상 높은 집중력과 협업을 위한 팀웍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여 집중업무구역과 휴게/놀이구역을 철저히 구분하는 것이 배치의 키라고 생각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놀다가 문득 떠오르는 것이라는 어느 뇌과학자의 이야기가 떠올랐고, 그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에 잃어버리지 않도록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게 근거리에 바로 적용,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그러한 이유로 놀이공간과 일터공간을 1층 라운지를 기준하여 명확하게 구분했다. 1층 라운지는 접근성이 높은 이점을 살려 직원들의 휴게실이자 탕비실로서 누구나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며, 외부인이 방문했을 때에 이 곳을 보안경계로 두어 안전한 미팅을 할 수 있고 다양한 교육이나 강연 및 사내행사도 쉽게 개최할 수 있도록 유니버셜한 사용이 가능한 장소다. 이처럼 서로 다른 영역으로의 이동이나 접근의 선택적 제한, 사람이나 정보가 모이고 흩어지는 기준이 되는 카테고리 믹싱 존으로서 이 라운지를 사옥의 기준이자 핵심 프로그램으로 보았다.

 

2층 이상의 층은 집중업무구역으로서 모니터로 반사되는 자연 직사광을 비롯해 인접 건축물 간 상호 프라이버시 등 다른 불편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창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채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니 북측의 창을 통한 간접적인 자연광으로서 답답함을 해소하려 했고, 복도나 회의실, 휴게공간 등 공용공간에 맞춘 선택적 개방을 유도하여 최소한의 조도를 확보했다.

 

지하의 2개 층은 휴게/놀이구역으로서 헬스장을 비롯, 골프연습장, 탁구장, 음악감상실, 플스방, 휴게라운지, 도서관, 샤워실을 두어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이 공간을 누리게 했다. 특히 2개 층 사이가 수직으로 열린 보이드 공간은 다양한 레벨에서 각자의 놀이를 지켜볼 수 있게 하여 참여유도 심리를 발현시켜 더 다양한 동료나 그룹에 쉽게 접근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팀웍을 위한 준비과정이 되고, 다양한 직무 참여자 간 정보교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세렌디피티_ serendipity로서 창의적 잠재력이 창출되는 장소로 구상했다.

 

도심 속 낮선 화이트 클리프

 

사옥은 한 기업의 가치관과 인상을 표현하는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가져야 할 텐데, 위와 같이 적층된 프로그램이 각 공간이 가지고 있는 개성과 특징을 표출하며 입면으로 고스란히 드러내는 방식으로 치환되며 거대한 벽체를 이룬다. 데페이즈망_ dépaysement 기법을 차용한 이 하얀절벽_ White Cliff 은 1층 라운지의 투명한 유리창 위로 높게 이어지며 좁은 도로와 복잡한 골목 풍경에 극명하게 대비된 신비로운 오브제가 된다. 일조사선 제한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뽀죡하게 깎인 전면부 매스는 도로에 대면하는 면적을 극단적으로 늘리며 낯선 감각을 더 극대화하고 역에서부터 이 사옥을 걸어오는 방문자에게 생경한 첫인상을 선사할 수 있다.

 

실제로 화이트 클리프는 영국 동남부에 위치한 항구인 도버에 있는 백색 라임스톤 절벽 이름이다. 원래 유럽 대륙과 하나의 땅이었던 이 곳은 1억년 전 백악기에 해수면 상승과 그에 따른 침식과 퇴적작용으로 지금의 백색 절벽이 형성되는데, 사실 유럽인들에겐 매우 익숙한 곳이라고 한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가 불과 45km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육로나 배로 쉽게 오다니는 장소이기도 하고 제2차 세계대전 초기 독일군의 침략으로 인해 연합군이 유럽대륙(덩케르크)에서 이곳 해안으로 후퇴한 사건이 있었기에 역사적 의미도 있었다.

 

화이트 클리프는 이처럼 누군가에겐 희망의 상징이자 새로운 세상의 경계로서 설레임을 갖게 하는 장소였다. 스타트업 기업으로서 미래의 무궁한 발전 가능성의 바다 앞에 서있는 이곳이 그들에게 의미있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 굿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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