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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undity Crow)
오묘(烏妙) _ 묘한 까마귀

S 환경 디자인사무소 사옥  (근린생활시설 신축)

2022

위치: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

지역/지구: 2종일반주거지역

대지면적: 130.01㎡

규모: 지상4층

용도: 근린생활시설

건폐율: 59.43%

용적률: 199.90%

연면적: 259.89㎡​​

시공: 스카이라인종합건설 박노현

사진: 송유섭

<오래된 동네에 자리잡기>

오래전 부터 당인리발전소를 문화복합공간으로 변모시키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은 주변 동네의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지만, 주민의 대부분이 노인들이라 변화에 부담을 가지고 있어 이 골목에 들어서면 마치 2~30년 전의 낡은 느낌이다.  
사옥 설계에 앞서 찾아간 이곳은 대지 경계가 울퉁불퉁하여 계획이 난해한 땅인데다가 골목 깊숙한 곳에 위치한 탓에 접근이 다소 어려웠다. 하지만 인근에 주차장 부지로 사용되는 남측이 열려있어 오히려 차로에서 이 건축물로 접근하기 어려웠지만 이 건축물을 잘 볼 수 있는 반전 매력이 있었다. 게다가 3층 이상 올라서게 되면 저 멀리 한강과 여의도 스카이라인이 보일정도로 탁 트인 전망을 누릴 수 있을 듯 하니 여러모로 어려운 여건이지만 해볼 만한 시도였다. 
건축주는 오랜 주민으로서 이 곳에 특별한 애정이 있었던 터라, 기존의 오랜 주거지 주민들에게 프라이버시를 비롯한 여러 부담이 되지 않도록 섬세한 계획을 우리에게 요청했다.

<오묘한 까마귀>

오래된 동네에 빈 집으로 남겨져 있던 이 곳에 조용히 누군가가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붉은 벽돌과 회색의 화강석으로 이루어진 여러 낡은 주택들 사이로 새까만 건축물이 자리잡았다. 돋보이길 바란 것인지, 잘못 찾아온 이방인인지 그 의도를 알 수 없는 생경한 느낌이 가득한 이 건축물은 주변과 비교하여 강한 대비감에 강한 존재감으로 참 오묘한 느낌이다. 
외벽은 물론이거니와 일조 사선에 의해 기울어진 지붕, 한강으로 열린 커튼월 창, 이 모든 것이 거뭇한 이 건축물은 마치 까마귀 한마리를 연상시킨다. 까마귀는 망망대해에서 방향을 잃었을 때 방향을 알려주는 길조로 불리우기도 했다고 하는데, 점점 낡아가고 있는 이 동네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주체로서 황야에 턱시도를 멋지게 차려입고 서있는 듯한 묘한 분위기로 누군가의 눈길들을 끌어내길 바랬다.

<더페이즈망 Depaysement - 낯설게하기>

오묘는 주변 건물과 사뭇 다른 인위적인 비례감을 가진다. 법적인 한계 내에서 지붕을 최대한 뾰족하게 계획하여 만들어진 높은 정면 파사드와 테라스 난간디자인을 변형하여 편집된 테라스는 오랫동안 3층 다가구주택으로 가득한 동네가 가진 높이와 비례가 전혀 다른 느낌이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입면의 재료와 색감을 함께 비슷한 톤으로 적용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커 보이는 검정색 덩어리가 매우 낯설게 다가온다
반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외부에 이어 내부도 막연히 어두울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내부공간은 이와 대비되는 밝은 분위기로 연출하였다. 사무실로 사용될 이 공간은 기존 주민들과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인접 건축물이 있는 면은 창을 작게 계획하되 전면부의 탁트인 면은 1층부터 4층까지 이어지는 넓은 전창으로 극대화하여 기본적인 실내 채광을 해결했다. 
이렇듯 형태와 재료, 공간이 복합된 연속된 시퀀스는 친숙함으로부터 벗어나 낯선 대상을 마주하는 듯한 착각을 주어 오히려 몰입하게 하고 돋보이게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지금껏 너무나 친숙한 나머지 무심코 지나쳤던 동네의 풍경들을 새롭게 대면하게 하는 행위를 통해 낡아가기만 하는 이 동네가 외부에 좀 더 주목받게 하는 새로운 흐름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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