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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지구라트_ Onuelnal Ziggarat

N IT기업 사옥  (근린생활시설 신축)

 

2023

위치: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지역/지구: 3종일반주거지역

대지면적: 193.1㎡

규모: 지상7층, 지하1층

용도: 근린생활시설

건폐율: 49.24%

용적률: 249.81%

연면적: 599.73㎡

​시공: ㈜라우종합건설

사진: 노경(Roh Space)

완벽한 사업, 완벽한 건축물을 위한 완벽한 계획

 

GBC 개발 호재로 인해 삼성동 일대가 들썩였다. 조용한 주택가는 앞, 뒤 가릴 것도 없이 오직 사무소 임대수익만을 위한 근린생활시설 신축이나 용도변경을 위한 공사소리로 시끄러워졌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몇 십년 세월의 오랫동안 살던 이웃은 조용히 사라지고 어느새 낯선 외지인이 들어오게 되었는데, 우리집 거실 바로 몇 미터 앞에 책상에 앉아 일하고 있는 그들을 보는게 일상이 될 정도로 모든 변화가 급작스러웠을 것이다.

 

우리가 계획한 이 건축물도 그렇게 갑자기 생겨났다. 전에 살던 분은 40년 전에 주택을 짓고 지금까지 살았다고 했고, 클라이언트는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이 땅의 모든 잠재력을 끌어모아 달라고 우리에게 이야기했다. 수익을 극대화 한다면 가능한 낮은 사업비를 들여야 한다는 것일테고, 잠재력이라면 연면적을 최대한 많이 끌어내야 한다는 것일 테다. 주변의 우후죽순 생기는 신축 건축물에 비해 높은 상품성을 가지기 위해서 모든 층에 전용공간을 제외한 테라스와 같은 서비스공간이 있어야 했고, 무조건 창이 크게, 많이 뚫려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완벽한 사업, 완벽한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했다. 오늘날 지구라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많은 제약사항을 관통하는 새로운 개념의 구조미 해석

 

3종 일반주거지역의 이면도로에 있는 작은 대지에 건축하는 것은 어려운 계획 중 하나이다. 부동산에서 클라이언트에게 건폐율 50%, 용적률 250% 계획이 가능하다고 이야기 해주었던 단순 기준은 괜한 기대감만 안겨준 것이다. 일조에 따른 높이제약이나 주차계획으로 인해 1층의 바닥면적감소를 감안한다면 결코 쉽지 않다.

우리도 같은 사정이었다. 7층까지 꽉꽉 채워야 용적률을 만족하는 계획. 여기에 각종 법과 규제들을 감안한다면 위로 올라갈 수록 고깔처럼 좁아질 수 밖에 없는 체적이었고, 여기에 사업성을 위한 각 층의 테라스, 넓고 많은 창 계획은 구조적 부하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요소였다. 여기에 주변 민원인들이 요구하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차면시설까지 더해지면서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과 대치되는 이 계획은 점점 미궁으로 빠질 수 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먼저 고민을 간소화 했다. 구조적 합리성과 각종 목표를 만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키가 무엇이었을까? 벽식 구조와 기둥식 구조의 복합 시스템이었다. 철근콘크리트구조로서 엘리베이터와 계단실, 화장실이 이루는 코어를 단순화 시켜 중심을 잡게 하고, 나머지 공간은 기둥을 방향성을 가진 벽처럼 만들어 각종 좌굴과 횡력의 저항을 용이하게 함과 동시에 인접 민원인들과 차면되는 벽의 길이를 늘릴 수 있게 했다. 여기에 구조체를 감싸는 유리는 밖에서 보았을 때에 매트해 보이는 입면 재료와 촉각적 시각 차원으로서 상대적인 요소로 작용하게 하여 더욱 매끈하고 빛나게 만들어 주어 건축물이 개방감 있어 보이게 하는 착각을 줄 수 있었다.

 

위의 구조적 해결법에 이은 추가적인 방법으로서 3층 이상의 바닥 슬라브를 무량판 구조(Plat Slav)로 계획하였는데, 이는 각 층 별 테라스로 인한 수직구조체의 전이(Transfer)에 따른 부하를 줄여주고, 가로구역별 높이제한구역과 일조에 의한 높이 한계에 있어 보 춤의 깊이 축소를 극대화 할 수 있어 전층 스프링클러가 계획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쾌적한 층고를 확보할 수 있었다.

 

위 2가지 구조적 해결방법을 통해 자연스럽게 건축물의 입면 디자인까지 같은 맥락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각 층 테라스의 형태와 무량판 구조를 디자인 모티브로서 수평적 요소를 강조하는 것이 이 건축물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고, 각 층의 벽과 같은 기둥과 그를 감싸는 유리면이 주경과 야경에 따라 다르게 보이며 좀 더 극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전체적인 건축물의 톤을 어둡게 한 것 또한 구조미를 또 다른 감각으로 표현할 수 있길 기대했다. 실제로는 좁고 긴 건축물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게 디자인 한 것은 가로 선형 패턴의 반복 때문일텐데, 한편으로는 이 건축물이 오늘날 지구라트로 보이길 희망했기 때문이다.

 

 

 

인간 욕망의 충족을 위한 위대한 시도

 

예나 지금이나 인간은 미완의 창조물이다. 문명의 발전을 통해 분명 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욕망으로 인해 못내 아쉬워하고 그 결핍으로서 성장하는, 그렇게 우린 수천년을 반복하고 있나 보다.

신을 동경하던 인간은 그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고, 그 중 하나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지구라트였다. 이는 벽돌을 하나씩 쌓아 올리며 만든 넓은 면적의 사각형 테라스 형태의 기단이 반복되는 방식이었고 그렇게 위로 올라갈 수록 점점 좁아지는 형태의 한계가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며 점점 발전을 하면서 사각뿔 피라미드가 되고 뾰족한 탑이 되었다가 마침내 수백 미터의 초고층 빌딩 처럼 훨씬 다양한 형태의 구현도 가능하게 될 정도로 기술의 발전을 이루었다. 이제는 건축 기술만큼은 비약적 성장을 한 듯 하다.

 

이렇듯 이제 우리에겐 기술이 부족해서 원하는 바를 못이루는 일은 없다. 다만 복잡한 이해관계와 약속으로 가득한 현실의 삶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제약이 더 많아져서 여러워 진 것일 뿐. 그 제약은 각종 규제나 법일 수도 있고, 사업 예산일 수도 있고, 각종 주변 민원, 기술자의 숙련도, 클라이언트의 의지일 수도 있겠다. 이는 과거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는 어려움과는 또 다른 개념으로서, 신은 여전히 인간에게 관대하지 않으며 욕망의 충족을 절대 이룰 수 없게 하려는 듯 하다. 하지만 역시 우리 인간은 과거 지구라트를 만들었던 것 처럼 각종 현실적 제약을 응용 또는 역이용 하거나 빈틈을 노려 새로운 방법을 찾는 창의성을 발휘하여 이상의 목표에 다다르려 하는 노력을 반복하고 있다. 그것이 비로소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진화의 촉매재가 되고 있다. 오늘날 지구라트는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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